지난해 양용은이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에서 그것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우승함에 따라 박세리 열풍에 이어 10년 만에 제 2의 골프 붐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운영중인 골프 아카데미는 약 20여곳. 골프의 특성상 레슨 프로가 개인적으로 1~2명 주니어 및 프로 지망생을 가르치는 곳까지 포함시킨다면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렇다면 골프 아카데미는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우선 명성을 쫓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듯이 골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잘 알려진 곳부터 찾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유명 골프 아카데미는 그 명성만큼 제 값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유명 교습가가 직접 가르쳐 주는 줄 알고 찾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볼 수 없고 밑에 있는 프로들이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는 자녀에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교습가를 만나는 것이 더 좋다. 또 얼마만큼 새로운 학습법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하는지와 골퍼 외에 인성을 가르쳐 주는 곳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ATG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중인 김중원 원장은 프로들이 주니어 골퍼를 양성하는 있어 스윙을 가르치는 것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골프에서 심리적인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골프 코치는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주니어 골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힘을 써야 한다"면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의 심리상태를 알고,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즉 필요하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쉽게 말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이다"고 강조한다.

자녀를 프로골퍼로 만들기 위해 좋은 선생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더 큰 문제점은 바로 연습장소와 전문적인 골프 아카데미의 부족, 경제적 부담 등을 들 수 있다.

또 학교생활을 통한 교육의 부재도 문제다.

주니어 선수들의 하루 일과는 온통 골프에 관한 일 뿐이다. 어린이의 마음과 머리는 스펀지와도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즉 주니어 선수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골프에만 열중한다면 가치관과 인생관이 제대로 잡힐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상적인 교육을 배제한 채 골프에만 전념시키는 것은 오히려 자녀에게 독이 되는 매우 위험한 일이며, 선수 개인에게 있어서도 장밋빛 인생을 사는데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또 절대 '다른 것을 못하니 골프라도 가르치자'는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골프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낳다.

골프 전문가들은 자질을 평가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왜 골프를 배우려고 하는지에 대한'동기 유발'이다. 하려는 의지와 의욕은 골프에 반드시 필요한 근성이기 때문이다.
주니어 골퍼들이 골프를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부모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적성검사도 없이 일방적인 강요로 시작해 3~4년이 지나다보면 지루해지게 되고 당연히 실력도 향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골프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린 선수의 정신적 능력은 본인 스스로의 확립도 중요하지만 어려서부터 가정문화에서의 부모의 역할, 학생을 지도하는 프로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면 첫 번째로 배워야 할 것이 '마음을 비우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다.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는 운동인지라 단기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성적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자녀를 망치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선수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부모들은 마음을 비우고, 좀 더 멀리 기다리는 인내를 터득해야 한다.

성적이 조금만 부진하면 코치를 바꾸는 부모들의 조급함은 오히려 선수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모들의 강요와 강압에 의한 훈련은 빠른 시간 안에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떤 위기나 슬럼프에 봉착하면 선수 스스로가 무너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흥에 위치한 코리아CC에서 아카데미를 운영중인 권영석 프로는 단기적인 성적을 내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하게 계획을 짠다면 부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선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권 프로는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만들면서 골프 스윙의 원리에 대해 이해시키면서 실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

골프는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각자의 몸에 맞도록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좀 더 쉽게 만든다"면서 "단순하게 백스윙은 이렇게 해라는 식의 교육 방법은 이해력이 어른보다 떨어지는 주니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이보다는 근육의 움직임을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되고 왜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것까지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주니어 시절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교육을 통해 폭넓은 사고와 본인 스스로가 골프에 애착을 갖고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가 우수해야만 운동지수(MQ)가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즉 인지정보와 감정을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야만 골프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 골프 붐이 불고 있는 것을 알고 세계적인 골프스타들을 키워낸 유명 코치들이 한국에 잇달아 골프 아카데미를 열고 있어 주니어 부모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 내에 위치한 연습장에 한국인 최초 메이저챔프인 양용은의 스승 브라이언 모그가 골프아카데미를 전격 오픈했다.

모그는 양용은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스윙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시켜 메이저 우승을 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주니어 선수를 대상으로 미국식 연습환경을 접목시켜 유망주를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한국 선수들은 정신력이 뛰어나고 굉장히 열심히 한다.

이런 노력에 미국식의 재미있는 연습환경을 접목시킨다면 선수들의 재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로 유명한 행크 헤이니가 운영하는 행크 헤이니 인터내셔널 주니어 골프아카데미(HHIJGA)가 국내의 골프 유학생을 대상으로 모집 설명회를 가졌다.

이와 함께 조만간 본격적으로 국내에 골프 아카데미를 오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 미켈슨의 스윙코치인 릭 스미스가 최근 국내 기업을 통해 한국진출 의사를 타진 중이다.
해외의 유명코치들이 서둘러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경기불황으로 미국의 골프시장이 침체한 반면 한국은 골프 붐이 지속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크헤이니IJGA 한국사무소 양주현 원장은 "한국이 골프강국이지만 선진화된 골프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스파르타식 훈련만으로 선수를 길러내는 건 미래가 밝지 않다. 체계화된 골프시스템이 필요할 때다"고 말했다.

국내에 해외 유명 골프아카데미들이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선진화된 골프 시스템을 갖췄다는 명분을 앞세워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ATG의 김중원 원장은 "해외 골프아카데미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내세우는 것이 선진화된 골프시스템으로 더 나은 실력을 쌓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그건 국내 골프계를 무시하는 말이다"며 "국내에서 골프를 가르치는 교습가들은 이미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터득하고 배운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만의 골프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다. 해외 유명 골프아카데미들이 주장하는 말은 자기들만 잘났다고 말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LPGA를 호령하는 국내 여자 선수들이 골프를 어디서 배웠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LPGA에 진출할 당시에는 많은 승수를 쌓다가도 2~3년만 지나면 맥을 못 쓴다"며 "그런 선수들 대부분이 한국 코치들이 배웠던 방식을 버리고 해외 유명 코치들에게 새롭게 스윙을 고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 예로 컴퓨터 관련 산업을 들었다.

"최첨단 IT 관련 산업의 원조는 미국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IT 강국이 됐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즉 오히려 미국에게 우리 기술을 전수하고 제품을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전세가 역전됐다. 따라서 미국의 골프시스템이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며 "국내의 골프시스템도 미국이나 호주처럼 골프 선진국으로 수출하지 못할 것은 없다. 이미 해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로 인해 국내 골프시스템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